배당 재투자, 복리는 어떻게 작동하고 어디서 어긋나나
배당을 쓰지 않고 같은 종목을 다시 사면 주식 수가 늘어납니다. 늘어난 주식이 다음 배당을 더 많이 만들고, 그게 또 주식을 늘립니다. 이 되먹임이 배당 재투자입니다.
숫자로 보면
1억원을 배당수익률 5%(세후 4.23%)짜리에 넣고, 주가는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합니다.
| 기간 | 배당 인출 | 배당 재투자 |
|---|---|---|
| 10년 | 1억원 + 배당 4,230만원 | 약 1억 5,130만원 |
| 20년 | 1억원 + 배당 8,460만원 | 약 2억 2,890만원 |
| 30년 | 1억원 + 배당 1억 2,690만원 | 약 3억 4,630만원 |
30년이면 재투자 쪽이 9천만원 이상 앞섭니다. 배당을 꺼내 쓰지 않은 것만으로 생긴 차이입니다.
가정 하나 — 주가가 그대로일 리 없다
위 표는 주가 변동 0%를 깔았습니다. 현실에서는 오르거나 내립니다. 그리고 이 가정이 결과를 크게 흔듭니다.
가장 낮은 값과 높은 값이 5배 넘게 벌어집니다. 계산기가 큰 숫자 하나를 보여주면 그게 예정된 미래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가정에 따라 결정되는 범위입니다.
가정 둘 — 비중이 저절로 쏠린다
덜 알려진 함정입니다. 배당을 각 종목에 자기 자신으로 재투자하면, 수익률이 높은 종목이 가장 빨리 불어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포트폴리오 구성이 바뀝니다.
25년 뒤에는 고배당 종목 하나가 포트폴리오의 44%를 차지합니다. 그래서 합산 배당수익률이 저절로 올라가고, 계산기의 미래 배당액도 그만큼 커집니다.
문제는 이게 집중이라는 점입니다. 그 종목이 분배금을 줄이면 계획 전체가 흔들립니다. 게다가 고배당 종목은 커버드콜처럼 구조적으로 주가가 눌리는 유형인 경우가 많아, '수익률이 높으니 더 산다'가 위험을 키우는 방향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할까
- 재투자는 기본으로 한다. 쓰지 않아도 되는 배당이라면 재투자가 거의 항상 낫습니다.
- 같은 종목에 넣지 않아도 된다. 배당을 모아 비중이 낮아진 쪽을 사면 재투자와 리밸런싱을 한 번에 합니다.
- 비중 상한을 정해 둔다. 한 종목 25% 같은 선을 미리 정하면 쏠림이 자동으로 관리됩니다.
- 절세계좌에서 굴린다. 재투자는 세금을 미룰수록 유리합니다. ISA·연금계좌에서는 배당에서 15.4%가 빠지지 않은 채로 재투자되므로 눈덩이가 더 큽니다.
세금을 미루는 것이 왜 그렇게 큰가
「절세계좌에서 굴리면 좋다」는 말은 자주 듣지만 크기가 잘 안 와닿습니다. 같은 조건에서 세금을 매년 떼는 경우와 안 떼는 경우만 다르게 놓고 20년을 굴려 봅니다.
매년 떼이는 것은 배당의 15.4%로 작아 보이지만, 그 돈이 다시 배당을 낳을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 진짜 비용입니다. 기간이 길수록 벌어집니다. 10년이면 차이가 원금의 15% 정도인데 20년이면 36%가 됩니다.
재투자가 불리해지는 경우도 있다
「쓰지 않아도 되는 배당이면 재투자」가 기본이지만, 예외가 셋 있습니다.
- 거래비용이 배당보다 큰 경우. 매달 몇천 원씩 들어오는 배당을 매번 재투자하면 수수료가 수익을 먹습니다. 일정 금액이 모일 때까지 두었다가 한 번에 사는 편이 낫습니다.
- 그 종목이 이미 비중 상한을 넘은 경우. 재투자는 기계적으로 비중이 큰 종목을 더 키웁니다. 다른 종목을 사는 것이 재투자를 포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 분배 재원이 원금인 경우. 원금을 헐어 나눠 주는 상품의 분배금을 같은 상품에 다시 넣으면, 수수료를 내며 제자리걸음을 하는 구조가 됩니다.
DRIP 이 국내에는 거의 없다
미국에는 배당을 자동으로 같은 종목에 재투자해 주는 DRIP(Dividend Reinvestment Plan)이 흔하고, 소수점 단위로 사 주기 때문에 배당 전액이 남김없이 재투자됩니다.
국내는 사정이 다릅니다. 자동 재투자를 제공하는 증권사가 제한적이고, 대부분 직접 사야 합니다. 주 단위로만 살 수 있어 자투리가 남는 문제도 있습니다. 주당 8만원짜리를 사려는데 배당이 5만원 들어왔다면 그 달은 못 삽니다.
현실적인 대안은 둘입니다. 가격이 낮은 ETF로 자투리를 줄이거나, 배당을 몇 달 모아 한 번에 사는 것입니다. 후자는 그동안 현금으로 놀지만, 거래비용과 자투리를 줄이는 효과가 그보다 클 때가 많습니다. 분배금이 자동으로 재투자되는 TR(Total Return)형 ETF를 쓰면 이 문제 자체가 없어지는데, 대신 현금이 안 들어오므로 생활비 목적과는 맞지 않습니다.
인출 단계는 다른 문제다
모으는 동안은 재투자가 답이지만, 은퇴해서 쓰기 시작하면 계산이 바뀝니다. 배당만으로 생활비가 되는지, 모자라면 원금을 얼마나 헐어야 하는지, 그때 건강보험료와 세금이 얼마나 붙는지가 새 변수로 들어옵니다. 모으는 계획과 쓰는 계획은 따로 세워야 합니다.